Intervista su weekly@Arts Management

febbraio 2012

(solo in coreano)

Intervista pubblicata su weekly@Arts Management, febbraio 2012:

link diretto all’intervista

레안드로 피사노(Leandro Pisano)는 2003년부터 남부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Interferenze new arts festival)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이다. 그는 아시아지역 리서치와 초청강연을 위해 서울을 3박 4일간 방문했고 백남준아트센터와 아트센터 나비에서 성황리에 강연을 마쳤다.

사실 나는 일 년 전쯤 트위터를 통해 레안드로 피사노와 알게 되었다. 당시 필드레코딩 분야에 눈뜨던 무렵이었던 나는 지방 곳곳을 돌며 녹음한 작업물들을 웹에 아카이빙을 해두고 있었는데 그가 믹스트랙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이탈리아 잡지에 실린 두 페이지의 인터뷰 기사를 스캔하여 받을 때만 해도 그와의 인연이 계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 일 년여 간 꾸준히 나의 작업과 그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이메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무엇보다 전형적인 큐레이팅을 탈피하고 다양한 형태적 실험을 추구하는 기획자로서의 열정, 남부 농촌마을인 이르피니아(Irpinia)에 대한 지극한 관심, 그리고 예술가를 대하는 세심한 태도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나 역시 미디어아트 분야의 기획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방한 동안 그와 관심사와 관점을 공유하면서도 공통적인 어려움을 나누기도 하였다.
농촌과 미디어아트의 창조적 만남

그동안 참여해왔던 프로젝트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당신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 달라.

“나의 기획 활동은 주로 농촌지역, 특히 현재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시골지역인 이르피니아를 기반에 둔다. 그곳에서 뉴미디어아트와 같이 테크놀로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고, 농촌지역의 정보통신기술 개발 전략과 관련된 일도 하고 있다. 또한 8년 전,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지역에 뿌리를 둔 문화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탐구로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을 시작하게 되었다. 테크놀로지와 전통, 농촌의 랜드스케이프 등에 대한 관심과 영감에서 출발한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은 한편으로 지역개발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을 제안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동안 뉴미디어의 미학적 언어를 통해 농촌지역의 정체성, 전통, 자연환경, 랜드스케이프, 음식문화 등을 열린 형태로 공유하는 방식을 실험해왔다. 그리고 2007년에는 ‘메디아테래 Vol.1′(Mediaterrae Vol.1)이라는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18명의 오디오비주얼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을 이르피니아로 초청, 이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유산을 도큐멘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이 프로젝트의 오디오비주얼 결과물과 공연은 ‘몬테마라노’라는 마을의 전통 음악인 타란텔라(Tarantella)를 접목해 이루어졌다.

최근 농촌지역에 대한 관심이 주변화된 공간들에 대한 관심으로도 확장되었다고 본다. 특히 내 리서치 작업은 프랑스 건축가인 질 클레망(Gilles Clément)이 제안한 ‘;제3의 랜드스케이프’; 개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제3의 랜드스케이프’;란 도시화가 덜 진행된 지역 혹은 농촌지역이나 산업지역 내에서도 버려지거나 간과되어 온 지역들을 총칭한다. 이 주제를 소리매체로 구체화하여 탐구하는 프로젝트로 ‘제3의 사운드스케이프’ 레지던스와 지난 5월 베니스에서 처음 시작된 ‘국경에서의 소리'(Suoni dal Confine)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였다.”

미디어아트 작업들은 도시환경 내에서 생산되고 경험된다. 이르피니아와 같은 특정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농촌지역에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미디어아트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한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산업적, 환경적 풍부함을 확장시키며 농촌지역의 독특한 자원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와 방식이 요구되는 데, 이를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로 실험하고자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과 메디아테래 Vol.1은 농촌지역의 정체성을 재디자인 하고자 기획되었다. 두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적 영역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해석하여 지역과 글로벌, 도시와 농촌, 기술과 자연과 같이 대립적인 관계라고 여겨져 온 구도를 다시 생각해보는 데 있다. 이를 거울삼아 동시대의 도시문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현대의 변화가 ‘;농촌성’;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고정된 중심과 주변이 없고, 전통적인 위계질서는 무너졌다. 비록 일상생활 속의 테크놀로지를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미디어아트 작업들이 도시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미디어는 도시와 농촌 너머 어디에나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아날로그와 디지털, 실제와 가상, 농촌과 도시, 글로벌과 지역과 같은 대립항을 너머 우리는 기대치 않았던 공간들의 등장을 목도하고 있다.”

제3의 사운드스케이프 레지던시,
레안드로 피사노와 참여예술가
야스히로 모리나가
엔리코 아스콜리와 폼피오 리몬기엘로의
퍼포먼스,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2010
큐레이팅 과정 자체가 유통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을 비롯해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그들이 이르피니아의 자연적, 문화적 환경에 깊이 몰입하여 그 지역성에 집중하도록, 각자가 속해있는 생활조건을 반추하고, 이에 기반하여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작업은 상당한 시간을 요할 것 같다.

“예술가들은 각기 고유한 관점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농촌 지역을 접근하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업, 그리고 지역성 간의 상호작용을 잠정적인 만남으로 보고 이 관계를 세심하게 돌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큐레이팅은 예술가와 기관, 관객 사이의 인터페이스로 문화적, 사회적, 미학적 의미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농촌 지역에서 미디어아트와 사운드에 기반한 작업은 직접적으로 유통 가능한 모델이며 그 과정에서 큐레이터는 일종의 필터, 편집자, 프로듀서, 공동작업자, 커뮤니케이터, 네트워크 노드로서 기능한다. 여기서 유통되는 것은 단지 예술작품이 아니라, 큐레이팅의 과정 그 자체이다. 나는 전통적인 전시라는 형태를 지양하고 가급적 다양하고, 서로 연결되는 복합적인 방법으로 예술가들을 프로젝트에 연계시키려고 하는 편이다.”

아트센터 나비에서의 강연
소리, 숨어있거나 잊어버린 것들의 복원

당신은 미디어 중에서도 사운드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많이 기획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클릭 앤 푸드’;(Click n Food)는 음식과 소리를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독특했고, 필드레코딩 레지던시인 ‘;제3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이것이 매우 구체적이다.

“음식과 소리의 관계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우리가 이르피니아 지역의 뿌리에 깊이 천착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와인, 치즈, 견과류, 올리브 오일 등 고품질의 지역 식품을 생산한다는 점은 이 지역의 역사와 경제적 토대와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클릭 앤 푸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또한 이태리 남부의 포도릭(Podoric) 젖소의 이동방목(transhumance)과 같은 지역적 전통에 대한 분석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테크놀로지와 전통, 농촌 랜드스케이프에 속한 요소들을 연결 짓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의미론적으로 복구하고자 한다.

‘;제3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주변화된 지역과 랜드스케이프에 대한 연구를 사회학, 지리학, 인류학, 랜드스케이프 건축, 디자인, 사운드스케이프 이론 등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접근하는 레지던시 프로젝트이다. 기능적으로 쓸모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장소들을 접근하는 데 창조적으로 소리를 발견하는 방법을 차용하는 것은 시각위주의 현대예술계에서 소리예술 분야가 주변화되어 있다는 논쟁적인 측면을 반추한다는 의미도 있다. 주변화된 지역과 버려진 장소들에 집중하는 것은 지역성을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도록 돕는다. 또한 포스트디지털 시대에서 진행되는 경계지역의 이동과 겹침의 과정은 랜드스케이프에 대한 대안적이며 지속가능한 재접근을 유도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당신은 소리라는 매체가 다른 미디어에 비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소리는 기술화된 사회에 숨어있거나 잊어버린 것들을 전면으로 데려온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차나 버스에서 뉴스나 광고를 들어야 하는 강요된 듣기를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소리와 같이 주변화된 매체를 통해서만 재획득될 수 있다. 나는 듣기가 ‘;확인’;과 ‘;자기인식’;의 행위라고 생각하며 이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액션이자 더 나아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생태학적인 시도를 만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소리의 미학적 측면에 관심을 두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듣기와 소리에 대한 적극적 개념을 회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농촌과 농촌을 연계해

지역권을 넘어 농촌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은 상당 부분 유사할 것 같다. 다른 나라의 농촌지역과 연계하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는가?

“그간 일본, 홍콩, 한국을 방문하면서 강연과 토크를 통해 만난 기획자, 기관, 예술가, 큐레이터들은 나의 리서치 주제를 두고 농촌지역과 예술, 디지털미디어의 연결이라는 관점에서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급격한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농촌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고, 그 이전에 지역민과 커뮤니티가 공유하던 많은 부분이 삭제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에 흥미를 갖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의 농촌성을 연구하기 위해 관련 기관이나 조직과의 협력, 교류에도 관심이 있다. ‘인테르페렌체 시드 도쿄 2010′(Interferenze Seeds Tokyo 2010)의 경우, 일본 큐레이터 유키코 시카타가 인테르페렌체 뉴아트페스티벌의 맥락을 도쿄라는 도시공간의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하여 이루어진 사례이다. 그녀는 ‘;예술, 자연, 테크놀로지’;를 키워드로 2010년 6월 하라주쿠에서 페스티벌을 열었으며 전시, 공연, 토크 등을 성공적으로 기획했다.”

(Jiyeon Kim)